작성일 : 12-11-18 15:17
안은정 <The City> 2012. 11. 21~11. 27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9,957  

안은정 展

 

The city

 

The city_162.2×130.3㎝_Oil on canvas_2012

 

 

The city_162.2×130.3㎝_Oil on canvas_2012

 

 

안은정의 웜홀, 시공간을 초월하는 빛의 고독한 여행

글_김윤섭(미술평론가)

 

안 은정의 그림을 처음 대하면 그 현란한 색과 공간표현으로 인해, 마치 웜홀(worm hole)의 입구를 마주 대하고 있는 듯 착각에 빠진다. 기본적인 배경구성은 반복적인 모자이크 타일을 조합하고, 일반 페인팅 기법으로 마무리한 다음, 간간이 광택 처리된 오브제를 붙여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형태는 끝없이 무한하게 반복ㆍ팽창하고 있는 기나긴 터널을 연상시킨다. 안 은정은 과연 이 정체불명의 터널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The city_162.2×130.3㎝_Oil on canvas_2012

 

 

새로움의 도전

안 은정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대개의 작품이 어두운 바탕에서 시작해 점차 밝은 색조로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얼핏 색조로만 본다면 동양화(한국화)의 채색기법 중에 색감의 선명한 발색을 돕기 위한 암채(岩彩) 혹은 석채(石彩)의 칠하는 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작은 파편처럼 쪼개진 오방색 퍼즐조각들의 조화는 한바탕 빛의 축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다음으로 특별한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빛의 전설이라도 보여줄 것처럼 휘황찬란한 축제의 장이지만, 정작 손님을 초대한 주인이 없는 셈이다. 사람이 없는 공간이나 터널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보고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행의 흔적, 그것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빛의 여행'이다. 아마도 그림 속에서 사라진 주인공은 여행중독증을 앓고 있을 확률이 크다. 안은정은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버린 주인공의 흔적을 특유의 색감배열과 공간분할로 재구성해 이미지화 하고 있다.

 

 

The city_162.2×130.3㎝_Oil on canvas_2012

 

 

초월적인 경험

흔히 화가의 창조력은 우주를 창조하는 작업과 같다고 비유되곤 한다. 텅 빈 캔버스 화면에 단순히 물감을 칠하는 행위는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무형의 메시지를 유형화시켜 소통하는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하다. 문자가 나타나기 전엔 이런 행위가 곧 우주를 창조한 신과의 교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안 은정의 조형언어는 마치 종교에 있어 신비한 내적 체험인 '초월적인 경험'을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색채의 마술사 로스코의 회화가 가장 기본적인 색감의 구성으로 그러한 느낌을 살렸다면, 안은정은 그 색조들의 비늘(혹은 조각)을 새롭게 파편화시켜 재구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빨강ㆍ노랑ㆍ파랑ㆍ주황ㆍ보라 등은 흰색과 검은 색의 감각적인 무채색과 만나 특유의 신비스러운 연출력은 종교성까지 연상시킨다.

이러한 안은정 그림의 '광도효과'(光度効果, 빛의 진행방향에 수직한 면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조율하는 효과)는 중세 이래 빛의 효과를 중요시 하는 회화에 전통적으로 구사된 기본 원리와도 닮았다. 그래서 안 은정 그림이 보여주는 빛의 효과는 자연의 빛 이외에도 종교적 신비성을 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녀의 그림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거나 간혹 강렬하게 산란하고 있는 빛은 직사광선이라기보다 반사광에 가깝다. 어떤 물체에 맞닿아 반사된 빛으로 인해 오히려 그 물체가 지닌 자체의 빛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굴절된 현상을 목격하는 겪이다. 이처럼 관람자를 에워싸면서 퍼져 나가는 빛의 난반사효과는, 거대한 화면 속에 그 관람자를 묶어 놓는 영적인 매력을 지녔다.

 

"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서 출발합니다. 그림을 통해 쉼 없이 생각하고, 다시 그 그림을 통해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길을 지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좋아하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처럼, 누구에게나 지루함을 주지 않는 그림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The city_162.2×130.3㎝_Acrylic on canvas_2012

 

 

여행의 기술

안 은정은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소설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말처럼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온전히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사진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아마도 어차피 여행에 대한 감각이나 기억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을 염려해 구체적인 물증을 남겨놓기 위한 조바심의 결과이다. 그런데 점차 흐릿해져 가는 기억조차도 그 여행의 일부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 더욱 소중해짐을 인정하지 못한다.

 

안은정의 터널 그림 역시 여행자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도 인도 한다. 입구와 출구는 따로 없다. 어느 방향이나 시간으로 갈 것인가는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는 여행자의 몫이다. 자신의 체형과 체질에 맞는 여행의 기술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비록 고독한 자신과의 우연한 조우가 있을지언정, 한 자리에 멈춰서 있기보다는 어느 방향이든 한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안 은정이 초대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의 터널'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녀의 그림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어쩌면 조용한 혼자만의 여행을 갈망하는 우리를 위한 특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불교의 선지식이며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이신 월호 스님의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 합니다’라는 저서명이자 문구를 좋아합니다. 우리 스스로 행복한 삶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야 하며, 매순간 치열하게 살면서 용서하고 사랑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The city_162.2×130.3㎝_Acrylic on Wood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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