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0-16 11:07
강정윤 개인전 - Sequence Structure (2013. 10. 16~2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8,641  

분해와 조립 : 강정윤의 근작들 ● 강정윤의 근작들은 '분석'에서 시작한다. '분석'이란 무엇인가? '分析'이라는 한자어가 말해주듯 그것은 '나누고 가르는 일'을 뜻한다. 분석가는 이렇게 '나누고 가르는 일'을 거듭하여 분석 대상의 기본단위를 찾아낸다. 다음으로 분석가는 기본단위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전체를 이루는지를 확인하려 들 것이다. 분석가의 목표는 분석대상의 구조(structure)를 해명하는 것이다. 분석가로서 강정윤의 관찰 대상은 '아파트'다. "아파트라는 건축물, 또는 건물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본단위들의 결합규칙은 무엇인가"가 이 작가의 기본 관심사다. 어떤 의미에서 아파트를 분석하는 강정윤의 태도는 단어나 문장을 커뮤니케이션의 문맥에서 떼어낸 다음 기호 자체, 기호 속성들, 그리고 그 내적 구성에 초점을 두어 분석하는 기호학자, 언어학자의 태도를 닮았다. ● 이렇게 분석에서 시작한 작업은 분석을 통해 얻은 단위와 결합규칙을 참조하여 재구성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재구성 작업은 크게 계열과 결합의 축을 따라 전개된다. 첫째는 계열의 축에서 발견한 단위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 내지는 결합하여 새로운 구성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결합의 축에서 발견한 (단위들의)조합규칙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강정윤의 작업에서 이 두 가지 방식은 때로는 단독으로 또 때로는 함께 적용된다. 이러한 실험은 일상언어의 문법을 뒤트는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안하는 시인의 그것을 꽤 닮았다. 이제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강정윤은 뒤로 물러나 아파트 전체의 형상을 관조하는 것으로 자신의 분석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전체 형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찾는다. 분석의 첫 번째 수준에서 아파트 전체형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층'이다. 통상적으로 '층'은 '가로로 긴 형태의 사각형'의 외양을 갖는다. 기본 단위로서 층은 '쌓기'의 방식으로 결합된다. 즉 하나의 층 위에 다른 하나의 층이 올라가고 그 위에 다시 하나의 층이 올라가는 일이 반복된다. 쌓기가 완료되면 아파트 전체의 외양이 형성된다. 그것은 '세로로 긴 사각형'의 모양새를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는 '가로로 길고', 다른 하나는 '세로로 길지만' 층의 사각형태와 아파트 전체의 사각형태가 대부분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의 전체 형태는 그 단위인 층의 형태를 내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아파트 건물이 구조적 통일성을 확보하는 한 방식이다. 하지만 분석을 좀 더 진행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본단위로서 층은 다시 하위 단위로 분절 가능하다. 그 하위 단위란 '가구'다. 하나의 층은 다가구로 구성될 수도 있고 두 가구로 구성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개별 가구의 사각형태는 전체(층)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전체형태-층'의 수준에서 관철되던 통일성이 '층-가구'의 수준에서는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느슨해짐'의 양상은 개별 가구를 구성하는 더 작은 다양한 사각형들(방, 창문)을 발견하는 순간 좀 더 부각될 것이다. ● 이러한 분석을 통해 발견한 단위들과 결합규칙들이 강정윤 작업의 재료다. 먼저 층을 여러 개 만들고 그 층을 겹쳐 쌓는 방식으로 제작한「Grid Structure」연작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물 주변에 비계(아시바)를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그리드 틀을 배치한다. 주지하다시피 정사각형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같고 따라서 여러 개의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정사각형 그리드에서 항상 부분은 전체의 형상을 닮게 된다. 이러한 그리드의 구조적 양상은 아파트의 전체 구조적 양상과 독특한 협력 또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Grid Structure」는 아파트 구조의 전체적인 문맥에서 '아파트 전체형상-층'의 관계를 떼어내 새로운 문맥에 배치한 경우다. 또「Suspended Structure」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찾아낸 기본 단위로 1가구, 또는 2, 4, 6가구(의 이미지)를 떼어내 다른 아파트들에서 찾아낸 가구단위들(의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강정윤은 그 단위 조각들을 하나의 전체 사각형 안에 연이어 이어 붙였다. 이렇게 본래의 문맥 속에서 분리한 단위들을 새로운 문맥 속에서 결합하는 일은 본래의 문맥, 곧 아파트 건축물이 갖는 구조적 통일성과 안정을 노골적으로 가시화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다.




강정윤의 재료는 또 다른 분석에서도 나온다. 그것은 다음의 관찰에서 유래한다. 앞서의 분석이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먼 거리에서 시도된 것이라면 여기서는 전체의 확인이 불가능한 가까운 거리에서 분석이 시도된다. 여기서는 시각보다는 촉각적인 것이 좀 더 우세할 것이다. 즉 아파트는 멀리서 보면 평평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울퉁불퉁하다. 즉 아파트는 깊이 지각의 수준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구성된다(아파트의 이중창문을 예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또는 심리 수준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를 갖는다(예컨대 바깥쪽과 안쪽). 즉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겹쳐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해서 강정윤은 지각, 인지 수준의 레이어들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한다. 아파트의 표면을 벽감(niche) 같은 것에 깊이 밀어 넣고 LED조명을 가하여 그림자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레이어의 겹침을 강조하는 작업-「Array Structure」이나 실내를 여러 레이어로 겹쳐서 구축한 후 LED를 순차적으로 점등시키는 방식으로 심리적 깊이를 강조한「Sequence Structure」연작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두 작업은 평소에는 (또는 우리의 일상적 인식에서) 잘 보이지 않은 아파트의 어떤 구조적 양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가시화, 부각시킴으로써 아파트의 구조적 양상을 노골적으로 가시화하거나 뒤흔드는 모양새다. ● 정리해보기로 하자. 강정윤은 아파트의 구조분석을 통해 얻은 단위들과 결합규칙들을 자신의 작업에서 새롭게 선택,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강화 내지는 전복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 작가는 아파트 분석을 매개로 삼아 우리가 세상을 좀 더 낯설게, 또는 창조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는 아도르노를 빌려 "인위적인 객관화 과정을 통해 사물의 세계를 초월한" 사례로 평가할 수도 있을게다. ■ 홍지석


 
   
 

select count(*) as cnt from th_login where lo_ip = '54.224.11.137'

1017 : Can't find file: 'th_login.MYI' (errno: 2)

error file : /board/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