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26 14:08
김정채 사진전 (2014. 5. 28~6. 3)
 글쓴이 : 토포하우스
조회 : 6,910  


  


표현의 매체로서 사진

전시와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왜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가 사진 전시회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고 싶다. 흔히 우리 건축가들은 자기 위안을 위해 건축을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조금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부분을 고안해낸 후 그것들을 조율하는 창조자라 할 수 있다. 실제로 architect의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architecton‘master builder, director of works’라는 의미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에게 사진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서 시각화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최적의 도구인 것이다. 사진을 오래 찍어왔지만 아날로그 사진에서는 단지 남들과 조금 다른 건축 전공자의 눈으로 세상을 담아내서 그것들을 보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지만 School of Design,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두 학기에 걸친 디지털 사진에 대한 심도 깊은 공부는 단순한 순간적인 기록을 넘어 창조적 '매체'로써 사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의 시각으로 담아낸 세상을 다시 '건축建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진의 본질에 대한 의문

이번 전시는 사진의 구성Construction이라는 방법론적인 측면과, 그 방법을 통해서 사진이 가지고 있는 문서나 서류, 기록Document으로서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Credulity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였다. 사진의 발명과 함께 과거부터 사진은 주로 즉각적인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사람이 직접 오랜 시간 동안 표현해야 하는 그림이나 글과 달리, 기계를 사용해 사실을 즉시 담아낸다는 편리함과 그 현장성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고 그것들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들을 편집, 공유하기 쉬워지면서 정보는 제공자가 아니라 수용자受容者의 입장에서 그 당위성이나 타당성을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나 지식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대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나 지식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구분해 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구성된 현실
Constructed Reality

정보와 지식의 구성Construction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전시의 표현 수단이 된 사진을 보면, 1차적으로 그 사진이 찍히기 전 '상황'에 대한 구성이 있을 수 있다. 장소 혹은 사람의 행위를 정보 전달자(여기서는 사진사 또는 사진 작가)나 사진 속의 주인공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로 현실을 구성하여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그림이나 아날로그 사진에서도 가능했고 실제로 이런 방법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했다. 우리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웨딩촬영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2차적으로는 사진을 찍고 난 뒤 그 결과물들을 가지고 정교한 후가공Post-Manipulation을 하는 것이다. 후가공, 즉 우리가 흔히 조작을 대체해서 말하는 사진 합성은 아날로그 시대에서도 현상, 인화 과정을 통해서나 사진들을 꼴라주Collage 하는 방법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디지털화 되면서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더욱 정교하고 교묘하면서도 쉽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로 인해 Adnan Hajj의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폭격사진, Brian Walski의 이라크전 사진 등과 같은 시사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건축구조적
Architectonic 사진이란

앞서 말한 쟁점을 떠나서 이번 전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비례나 구도, 대상 등에 있어서 건축구조적이다. 건축구조적이라 함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건축과 구조의 단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고 조직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구성미構成美: Architectonic Beauty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직업으로 택하여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 방식은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것을 구성된 현실이라는 주제로 재구성한 것이다.


수용자
受容者와 작품의 의미 변화

이 주제 속의 재구성된 작품들은 그들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사전 정보나 지식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서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그것이 구성되었다는Constructed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규모나 축적,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작품 속의 대상과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만들어 낸 것은 한 사람이지만 그것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체적일 것이다. , 각각의 작품들이 관객들 개개인의 경험적 지식이나 판단과 만날 때 그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와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작품 들은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더 흥미롭거나 도리어 불편할지도 모른다.공존Coexistence 연작의 주제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 사람이라면 서울 강북에 있는 경복궁과 제주도에 있는 성산일출봉이 한 화면에 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장소나 대상에 대한 지식이다. 그러나 이런 시공간을 넘나드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장면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조합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 이런 재구성은 랜드마크의 조합이 될 수도 있지만 프레이밍Framing 연작처럼 사진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일정한 비율의 프레임 속에 담아야만 하는 특징]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의도적인 축적의 변화나 적극적인 화면 자르기Cropping를 통한 집중 대상의 변경 같은 것이다.우리 가족의 역할들My Family Roles은 조금 더 적극적이다. 우리는 가끔 세계의 기이한 뉴스를 통해 8쌍둥이나 11쌍둥이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 그것이 아주 특별한 경우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특히 사진에 찍힌 주인공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사진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당신이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어떤 신문 기사에 7쌍둥이의 일상에 대한 글과 함께 사진이 실렸다면, 당신은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사진과 신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의도와 판단의 부재가 만나면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작품으로서의 사진
vs 다큐먼트로서의 사진

사진을 하나의 예술적 장르로 본다면 누구도 그것이 어떻게 편집이 되었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회화가 그래왔듯 시대와 작가에 따라 그 표현 방식이 달라질 뿐 그 작품이 아름다운지 그렇지 않은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앞서 구구절절 설명한 내용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록 미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지라도 사진이란 프레임 안팎에서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관객은 그것을 임의적으로 감상하는 단순한 예술적 본질이 디지털 시대에 사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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