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4-14 15:59
윤한 개인전 <불의뼈> 2015. 4.22~28
 글쓴이 : 토포하우스
조회 : 6,158  

 

 

윤 한 展

 

 

불의 뼈Ⅰ_260x600cm[입체]_charcoal_2015

 

 

 

 

불의 뼈Ⅱ_260x50cm[입체]_charcoal_2015

 

 

윤한 개인전을 마음 깊이 축하하며….

우주의 섭리랄까?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우리의 몸을 움츠리게 했던 꽃샘바람도 이내 사라지고, 남쪽에서 불어온 마파람으로 문화와 예술의 메카인 인사동에도 벚꽃 향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때를 기다렸던 듯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그건 마치 작가와 화랑과 미술애호가의 데이트를 알리는 연인의 달콤한 시그널처럼 말이다. 그 만남의 광장은 ‘토포하우스’이다.

 

불의 여전사 윤한, 필자인 나는 이미 그의 별칭으로 그렇게 불렀다. 이유는 그의 예술세계가 그 어휘에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화와 같은 작품 제작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고, 작가 노트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 조형언어를 끌어내기 위해 천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오랫동안 한국판 플럭서스 ‘누리무리’ 그룹에서 같이 활동하며 작품을 지켜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아무튼, 그는 늘 우리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전시 때마다 일반 작가들은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의미 있는 대형 설치물을 들고 나오니 하는 말이다. 이는 ‘사회 조각’이라는 확장된 예술 개념을 통해 사회의 치유와 변화를 꿈꾸었던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각설하고, 필자가 본 이번 윤한 개인전의 키워드는 ‘불(火)의 아장스망(agencement)’이라 부르고 싶다. ‘아장스망’이란 프랑스 예술철학자 ‘질 들뢰즈’가 만들어낸 사유적인 언어로서, '다중체(multiplicite)'라는 용어와도 같은 개념이다. 즉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연동하여 관계를 맺고 재배치, 재결합되어 서로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결연관계를 의미한다. 무릇 세상 속에 여러 개체가 본질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관계를 공명, 상생, 소통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윤한이 야심차게 선보일 작품 ‘불의 뼈-시리즈’, 자신이 직접 불의 연소과정을 통해 나타난 다양한 현상을 기록한 이론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그것에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는 않는 현실과 가상의 ‘시뮬라시옹’이 그만의 아우라로 내재하였다. 탄소덩어리, 불꽃, 연기, 열기, 숯, 재 등은 상호작용으로 이뤄낸 결정의 예술 ‘불의 뼈’였다. 이건 내 소견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근원을 소재로 꾸준히 펼쳐갈 새 아우라에도 관심 있게 지켜보며 더 연구하겠다.

 

우주 만물에는 근원이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여러 요소 중에 물을 근원이라 했다. 그러나 그의 후학들은 또 다른 학문적 견해를 보이며 물, 불, 공기, 흙을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렇듯 인류문명은 꾸준히 반전을 딛고 이어진다. 윤한 작가는 그중에 불(火)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여 몸소 힘든 불장난(?)을 즐기며 오랫동안 묵묵히 자신만의 아우라를 찾아 나섰다. 이러한 과정은 진정한 藝術-家로의 시금석이 되리라 믿으며, 또 인류문명 변화에 한 톨의 밀알이 되리라 본다. 끝으로 작가에게 바란다. 새삼스럽게 예술의 길이 어렵다고 말하고 싶지 않으나, 늘 고진감래하길 소망하며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2015년 세월호가 생각나는 4월에,

서양화가 겸 자유기고가 이성완 쓰다.

 

 

불의 뼈[동영상,12분5초]_2015

 

 

탄소덩어리는 어떤 에너지와 만나면 수많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우주에서부터 모든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에는 크든 작든 일정의 탄소를 품고 있으며 다른 에너지와 만나면 언제든 불로서 또는 새로운 실체로 태어난다.

우리들 의식에는 불이 모든 것을 태우면 끝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탄소덩어리 ,숯 ,재) 생명과 시작을 품고 있다.

불을 이용하면서 인류문명이 현재에 이르렀고 불은 인간 문명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불은 화학반응에 의해 빛과 열을 내는 현상일 뿐이지만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파괴의 상징(전쟁, 화재, 죽음)으로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환희, 축제, 기원의 상징으로 널리 불을 피우는 행위로도 기쁨과 충만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은 인간생활의 이로움와 발전뿐 만 아니라 종교에서는 멸하게도 하고 정하게도 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숯 또한 예로부터 정화의 상징으로서 실생활에서는 불순한 물질을 정화시키는데 활용되고 액 막음의 의미성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불만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운 것도 흔치않다. 불이 가지고 있는 속성은 인간 삶의 바탕과 함께할 숙명이다.

<작업노트1>

 

 

불의 뼈Ⅲ_130x460cm[평면]_charcoal_2015

 

 

나의 작업은 신성한 노동이다.

나는 환상보다 현실에 살고 싶어 하고 그 현실을 가장 뜨겁게 살고 싶다.

그래서 요행과 속임수를 싫어한다. 썩 그럴듯한 아이디어와 테크닉컬한 표현으로 감수성을 현혹하기보다는 작업노동의 순수와 진실을 갈망한다.

다만, 내가 느끼는 노동의 희열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이번 작업은 불에서 느끼는 경외감! 불의 일생을 마주해 보며 자신과 화해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불이 두렵지 않는지 묻는다면 물론 ‘아니오’라고 말한다.

나는 타는 불속에서 수 많은 것 들을 본다.

어린 시절 밤하늘 별빛에서...한낮의 구름에서...방안의 벽지나 장판에서처럼...

누구든 불속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서사시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불타는 소리에서 수 많은 소리를 듣는다.

골 깊은 계곡의 물소리...갈대 흔드는 바람소리...바닷가 빈 소라껍데기소리...가슴 저미는 낮은 현악기소리를 듣는다.

천둥과 함께 퍼 부어대는 소낙비 소리, 까르르 웃는 소녀들의 재잘거림과 아이들의 타닥타닥 공기놀이 소리를 듣는다.

쫒기 듯 내 달음질치는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날선 총소리와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누구든 타는 불 소리에서 위로의 소나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작업노트2>

 

 

불의 뼈Ⅰ(부분)_charcoal_2015

 

 

큰 불 속에는 차마 셀 수도 없이 수 많은 정령들이 춤추고 있다.

정령들은 끈임 없이 춤을 추며 차갑고 어두운 그리고 가늠할 수없이 무한한 곳으로 힘차게 황홀한 빛이 되어 솟구쳐 날아간다.

너울거리며 춤을 추어 날아가는 정령들.

불기운이 속으로 속으로 스며들며 투명해진 속살속에 뼈들이 드러난다.

적나라게 드러나는 불의뼈!

불은 춤은 추며 노래하며 열정적인 생을 사는 생명이다.

크게 일어나는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깊은 슬픔과 분노가 녹아내려 영적인 정화를 느끼게 된다.

보라, 크게 일렁이는 불덩어리를.

던지라, 슬픔과 분노를 그에게로 던지라.

느끼라, 춤추는 그가 집어 삼키는 탄식들을.

일그러진 정령들이 추는 삶의 화려한 춤을 함께 추어라.

끝없이 솟구쳐 점점이 날아오르는 찬란히 빛나는 정령의 빛들.

한바탕 불의 춤이 일어 난 뒤 평온해져 가는 검은 덩어리 속에 선명해지는 불의 뼈.

이전에도 존재했고 등신불이 된 후에도 단연코 선명해지는 모습.

나는 그것을 진실이라 부른다.

누구는 끝끝내 보고서야 알고 다른 모습으로 바뀌면 또 다시 기억하지 않는다.

불의 뼈는 승화하기도 하고 재로 남기도 한다.

둘은 다르지 않으며 같은 진실이다.

결코 멸하지 않는 진실이다.

<작업노트3>

 

 

동영상결과물(Burn 15일후)_600x600cm_ashes_2015

 

 

불을 품어 한바탕 춤을 추어

뜨거운 열로 인해 소낙비가 내리고

순식간에 전소되면서 축축한 연기가 피어올라

열이 기화하면서 아지랑이로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수분이 증발한 탄소덩어리는

흑진주처럼 광채 나는 얇은 피막을 형성한다.

부딪히면 칼칼하고 투명한 소리를 튕긴다.

때가되면 언제든 다시

활활 타오를 긴장감으로 빛나는 검은 광채덩어리.

 

깊은 어둠의 시간 흐름 끝에

천둥의 소리와 벼락의 빛 한줄기

숙명처럼 일어나 훨훨 뜨거운 춤을 추리라.

하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한 점 모두 흩어질 때 까지

춤추리라. 불의 춤을 추리라.

<작업노트4,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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